아름답게 단풍들기

내 마음의 시 한편

너를 보내고 / 이정하

아단풍 2024. 5. 9.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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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보내고 / 이정하 

너를 보내고
나는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찻잔은 아직도 따스했으나 
슬픔과 절망의 입자만 내 가슴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어리석었던 내 삶의 편린들이여
언제나 나는 뒤늦게 사랑을 느꼈고 
언제나 나는 보내고 나서 후회했다

그대가 걸어갔던 길에서 나는 
눈을 떼지 못했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기만 했는데 

툭 
내 눈앞을 가로막는 것은 
눈물이었다
한 줄기 눈물이었다

가슴은 차가운데 눈물은 왜이리 뜨거운가
찻잔은 식은 지 이미 오래였지만
내 사랑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내 슬픔
내 그리움은 이제부터 데워지리라

그대는 가고
나는 갈 수 없는 그 길을 
나 얼마나 오랫동안 바라보아야 할까 

안개가 피어올랐다
기어이 그대를 따라가고야 말 
내 슬픈 영혼의 입자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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