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의 두 번째 교향곡. 전작인 1번 교향곡이 신인 작곡가 베토벤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면 이 교향곡은 베토벤이 선배 작곡가들을 넘어선 거장으로 올라설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 2번 교향곡도 전작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는 모차르트와 하이든과 같은 선배들의 음악양식에 많이 의존하고 있지만 곳곳에서 베토벤만의 개성과 독창성이 드러나고 있으며 1번에 비해 악상도 좀더 거대해지고 규모도 더 커졌다. 물론 후속작인 영웅 교향곡의 충공깽스러운 모습만큼은 아니지만 초기에서 중기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베토벤의 음악을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1. 작품 개요 및 배경
이 교향곡은 정확히 언제 작곡되었는지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1802년 10월에는 이미 완성된 것으로 여겨진다.
베토벤은 아마 교향곡제 1번 전 후에 이 <교향곡제 2번>을 머리 속에서 어렴풋하게나마 구상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1800년 베토벤의 스케치장에는 현재의 <교향곡제 2번 >제 1악장의 서주와 주요부의 메모가 적혀있다.
이를 토대로 소나타나 실내악적 작품이 작곡되지만 그 사이에도 이 교향곡에 대한 스케치는 계속된다. 그리고 1802년 여름과 초가을에 본격적으로 이 교향곡 작곡에 돌입하였다. 빈에서 가까운 하일리겐슈타트에서였다. 베토벤이 귀에 이상이 있음을 알게 된 것은 1798년 무렵부터이다. 그 후 은밀히 여기저기서 치료를 받았지만 효과가 없었다.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
그리고 1802년부터 5월까지 예정으로 하일리겐슈타트에서 쉬기 위해 머무르고 있었다. 10월6일 이 곳에서 바로 유명한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를 쓴다. 이 유서는 베토벤이 동생들에게 보내기 위해 쓴 것으로 일반적인 유서와는 달리 죽기 직전에 쓴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당시 베토벤의 베통한 심정과 분노에 찬 마음을 절실하게 밝히고 있다.
그리고 베토벤은 그로부터 벗어나 마침내 예술을 위해 다시 일어섰다. 바로 그 직후에 완성 된것이 이 <교향곡제 2번 >으로 하일리겐슈타트에서 완성되었거나 빈으로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이 곡은 음악가로서는 치명적인 병 떄문에 고뇌하던 시기에 작곡된 것이다.
그런 비극적인 어두움이 제 1악장 서주나 제 2악장 일부에서 느껴진다. 그러나 곡 전체에 따스한 피가 흐르며 희망적인 기분이 나타난다. 고뇌를 극복한 후의 기쁨이라는 ,베토벤이 지속적으로 지녔던 믿음이 여기서도 나타난다.
밝은 장조의 교향곡
그러나 이 곡이 이런 분위기에는 또 다른 사실도 연관된다. 이 곡의 스케치를 시작할 당시 베토벤은 경제적으로 매우 잘 풀리고 있었다. 1800년 이후 카를 리히노프스키 후작으로부터 연금을 받고 있었으며 악보 출판 전망도 좋은 상태였다.
게다가 하일리겐슈타트는 조용하고 마음에 드는 마을로 베토벤이 좋아하던 자연의 아름다움이 넘치는 곳이었다. 베토벤은 이미 언급한 대로 여기서 요양하면서 귀를 치료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베토벤은 격렬한 곡을 쓰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사실 이 교향곡과 나란히 ,혹은 전 후에 작곡된 작품들은 어둡고 격정적인 작품보다는 밝은 장조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런 사실과 아울러 당시 베토벤과 여인들의 관계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그 주변의 여인은 먼저 부룬스비크 집안의 딸로 동생 요제피네와 함께 1799년 5월 베토벤에게 피아노를 배우게 된 테레제,그리고 테레제의 사촌이며 1800년 베토벤의 제자로서 줄리에타 귀차르디를 들 수 있다. 요제피네는 곧 다임 백작과 결혼 했기 때문에 이 곡과 연관된 문제의 여인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줄리에타는 <월광소나타>를 헌정 받은 여인이다.
요제피네 폰 브룬스비크(1779-1821). / 줄리에타 귀차르디(1782-1856). / 안토니 브렌타노(1780-1869).
어쨌든 1799년부터 베토벤의 주변은 갑자기 화려해진다. 그러므로 이런 밝은 감정이 이시기의 작품에 반영되었다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한편 하일리겐슈타트에서 베토벤은 때로 격렬한 절망감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32세의 젊은 나이였으며 강한 예술적 의욕을 지니고 있었고 매혹적인 여인에 대한 감정도 있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그의 머리에 파고 들며 ‘불행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에 열중하는 것’이라고 썼던 것처럼 작곡에 열성을 다하며 불행에 맞서 대항한다.
이것은 베토벤 성격의 한가지 특성이다. 이 시기에 베토벤 양식은 놀랄만한 진보를 성취한다.
연달아 작곡한 <교향곡 제1번 >과 <교향곡 제2번 >사이에도 양식적인 변화가 충분히 나타난다.
낭만적 성격의 교향곡
이런 성향 외에도 이 교향곡에는 낭만적인 도취감이나 따스한 감정이 숨겨져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제 1악장의 제 2주제부가 전통적인 성격과는 달리 고양적이다. 제 2악장의 유화적인 낭만성도 <교향곡제 1번 >의 느린 악장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요소는 훗날 빈번히 분명하게 나타난다.
악기편성은 <교향곡제 1번 >과 완전히 같지만 용법에서는 목관악기,특히 클라리넷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현악기에서는 제 2악장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첼로와 콘트라베이스를 분리한다.
2. 작품 구성 및 특징
통상적인 4악장 구성이며 전체 연주시간은 통상적으로 32~35분 정도이다. 시대연주에 충실한 지휘자들은 30분 이내에 연주를 완료하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큰 파격 없이 고전기 교향곡의 문법에 충실하지만 1번보다는 훨씬 규모가 커졌고 음악도 좀더 거칠고 좀더 남성적이다. 베토벤 특유의 격정과 강렬함을 추구하는 음악성향이 이 교향곡부터 본격화되었다고 보기도 한다.
제1악장 Adagio molto – Allegro con brio
서주에는 서정적인 윤기가 흐르며 극적인 힘도 존재한다. 특히 서주가 끝날 무렵 나타나는 강렬한 d단조의 하행악구는 인상적이다. 주요부는 소나타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젊음으로 가득 차 있다. 서주 마지막에 급속하게 하강하는 바이올린을 저음부의 현악기가 받아 활기차게 제 1주제를 제시한다.
이것은 하이든이나 모짜르트에서도 발견 할 수 있는 주제이다. 그러나 처리하는 방식에서는 완전히 베토벤적이라 할 수 있다. 이 동기는 다양한 각도에서 교묘하게 처리된다.
강력한 힘을 지니며 분명함을 지지닌 경과부 후에 목관과 호른이 행진곡풍으로 밝게 제 2주제를 내놓는다. 이것을 확보하면서 제 1주제 동기를 사용한 코데타로 들어가 제시부가 끝난다. 발전부는 제 1주제로 시작하여 차츰 이 주제를 카논적으로 처리해가며 ,이 주제의 동기를 처리하면서 제 2주제를 전개한다.
충실한 발전부라 할 수 있다. 재현부는 서주 끝부분에서처럼 제 1주제를 등장시키면서 시작된다. 아울러 두 주제를 재현시키고 나서 코다로 들어간다. 코다는 제 1주제에 토대를 두고 전개와 같은 처리를 보여주며 악장 전체의 클라이막스를 구축한다.
제2악장 Larghetto A장조 3/8 소나타 형식
절묘한 아름다움을 지난 악장으로 특히 그 선율은 빈의 춤곡과 연관된 것이다. 널리 알려지고 훗날 가사가 붙여져 가곡으로 편곡되기도 하였다. 제 1주제는 대위법적인 풍부한 울림을 수반하며 먼저 현이 풍부한 정서를 지니고 노래한다. 이것이 목관으로 옮겨져 발전하며 경과부로 들어간다.
여기에서 제 2주제를 바이올린이 애정어린 선율로 연주한다. 발전부는 제 1주제를 주로 취급하고 있으며 격렬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어떤 환상적인 성격도 지닌다. 재현부는 두 개의 주제를 차례로 보여주지만 음색에 대위법적 처리면에서 제시부와는 약간 다르다.
제3악장 Scherzo : Allegro D장조 3/4
3 부 형식, 앞서 말한 대로 기존의 미뉴에트와는 분명 다른 것이다. 자유분방하며 청년 베토벤의 독창성을 보여준다. 중간부에 해당하는 트리오는 <교향곡제 1번>의 미뉴에트처럼 기본 조성이 D장조이다. 목관에서 부드럽게 시작하며 잠시 후 현의 격렬한 움직임으로 옮겨간다.
제4악장 Allegro molto 알레그로 몰토 D장조 2/2 소나타 형식
주제가 두드러지며 자주 모습을 드러내며 론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극도로 예리한 제 1주제로 시작하며 잠시 후 첼로에 부드러운 선율이 나타나는데 그러나 이것이 제 2주제는 아니다. 그리고 다시 힘을 증대시켜 가면서 그 클리아막스에서 제시부가 끝나도 곡은 발전부로 들어간다. 이 발전부는 제 1주제를 이용하여 유머러스한 효과와 극적이고 강력한 힘을 드러낸다.
그리고 제 1주제가 본래의 모습대로 등장하여 재현부로 들어간다. 재현부는 제시부처럼 진행하면서 화려하고 정열적으로 곡이 마무리 된다. 이 악장에서는 발전부와 코데타에서 제 1주제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특징이며 그 대문에 이 악장은 론도 소나타 형식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3. 편곡버전
가장 유명한 편곡으로 프란츠 리스트의 전설적인 베토벤 교향곡 편곡이 있다. 2번 교향곡 편곡은 1번이나 4번 교향곡 편곡과 더불어 기교적인 면이 강하지 않고 악보에 상당히 충실한 편곡으로 평가받고 있다.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베토벤 교향곡들 중 유일하게 작곡가 본인에 의한 피아노 삼중주 편곡판이 존재한다. 피아노의 비중이 높아서 바이올린과 첼로가 약간 조연에 머무르는 느낌이 있지만 베토벤의 실내악 특유의 절묘한 하모니를 감상할 수 있다.
한편으로 베토벤과 같은 시대에 살았던 후배 음악가 훔멜(Jan Nepomuk Hummel,1778~1837)이 편곡한 베토벤 교향곡 실내악 버전이 1~7번까지 있다. 그 중에서도 2번의 경우 고전음악의 풍미가 아직 남아있던 곡이라 피아노와 현악기의 실내악 앙상블로 흥미롭게 들을 수 있다.
'클래식 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베토벤 교향곡 제5번 '운명' Op.67 (0) | 2024.03.08 |
---|---|
베토벤 교향곡 제4번 Op.60 (1) | 2024.02.24 |
베토벤 교향곡 제3번 Op.55 '영웅' (1) | 2024.02.24 |
베토벤 교향곡 제1번 Op.21 (3) | 2024.02.24 |